영국 음식칼럼니스트 제니 린퍼드가 쓴 『호모 코쿠엔스의 음식 이야기』라는 책에서 우리 인간에게 음식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요리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코쿠엔스는 요리가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한 면임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음식이 문화를 만들고 예술의 한 부분이 되고 있지요. 또 이 책에는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라는 부제가 달려 있습니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 7가지로 꿀, 칠레, 돼지고기, 쌀, 카카오, 토마토,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금을 들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장 많이 먹는 식재료에 속하는 닭고기나 소고기, 커피 등을 논하지 않고 이 7가지 식재료를 제시한 것은, 이들 식재료가 역사적으로 정치, 경제, 종교, 문화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겠지요.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인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고, 식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식품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고 저장했습니다. 소금에는 불변의 힘이 있다고 믿던 고대인은 소금을 변하지 않는 우정, 성실, 맹세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성서의 ‘소금의 맹세’도 이런 맥락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소금이 그만큼 귀중하고 신성하다고 믿어서일까요? 그리스도는 사람을 ‘땅의 소금’이라고 했지요. | ![]() [너희는 땅의 소금이나](마5:13) |
고대 로마에서는 병사들의 월급을 소금으로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샐러리(salary)’는 "병사에게 주는 소금 돈"이란 뜻의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에서 유래합니다. 중국에서는 세금을 소금으로 냈던 적이 있는데,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이 소금을 만들거나 팔면 관가에 붙들려 가 큰 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조선 시대에는 백성이 가져온 물품을 관가에서 소금으로 바꾸어 주었답니다. 소금은 예로부터 쟁탈전이 벌어질 만큼 귀중한 자원이라 20세기 이전만 해도 ‘하얀 황금’으로 불렸답니다. 소금이 곧 권력이고 부의 원천인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생산량이 급격하게 늘어나 흔해진 만큼 가격은 급격하게 저렴해졌습니다.
요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시중에서 소금이 동나고 있습니다. 바닷물로 만드는 천일염을 미리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품절 사태가 빚어지고 온라인 구매도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똑같이 발생했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제가 이용하는 두레생협에서도 얼마 전까지 소금을 살 수 없었고, 예약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에 예약받는다는 내용을 어찌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전화 예약한 사람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예약했고요, 29일 소금이 오면 바로 찾아가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오늘 들어온다고 하네요. 예약도 3kg으로 한 집에 하나밖에 안 됩니다. 소금을 판매하는 다른 곳에서도 수요 폭증으로 가격이 치솟았는데, 이는 지난 6월 12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시운전 개시 이후 급속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보도 이후 온라인 소금 거래량이 전주 대비 800% 이상 급증했다고 하네요. 이에 정부는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6월 15일부터 과학적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오염수 관련 언론 브리핑을 시작했지만, 일본 측 오염수 정화 방안을 설명하며 과학적으로 분석했을 때 오염수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합니다. 일본이 과학적으로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우리 정부가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해도, 우리의 심리적인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네요.
2011년에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쓰나미로 인해 사고가 났고, 방사능 유출로 그곳은 죽음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 중 원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줘서 그곳에 투입했고,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자진해서 투입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후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와 관련된 내용은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건지, 제가 못 본 건지 여튼 저는 모르지만, 일본 텔레비전 방송에서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응원하는 코너 ‘먹고 힘내자’를 진행해 오던 오츠카 노리카즈 캐스터는 후쿠시마 농산물을 시식한 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이후 1년이 지나 방송으로 복귀했지만, 2013년 백혈병이 재발해 다시 입원했습니다. 결국 그는 2017년 라디오 프로 이후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피폭으로 인한 발병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안전불감증으로 일어난 인재였습니다. 해수면으로부터 더 위쪽에 지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쓰나미가 와서 사고가 날 확률은 백만분의 일이니까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겠지요. 그래서 실제로 지어야 할 장소보다, 해수면과 가까운 장소에 지었습니다. 누군가의 결정으로 일어난 인재임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고, 처벌받은 사람이나 기관도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일본의 주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심리적으로 불안한 국민만을 탓할 일일까요?

일본은 바다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만이 대안일까요? 아닙니다. 바다에 버리지 않고도 육지에서 콘크리트로 대형 탱크를 지어 저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바다에 방류해서 많은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할까요? 결국은 비용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여겨서겠지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소금을 구하려고 하는 이유는 필요해서입니다. 요리하는데 간장, 된장, 고추장이 기본으로 필요합니다. 또 간을 맞추는 데도 소금은 꼭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섭취하는 소금의 양은 5~10g이라고 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얼마 남지 않아서 사려는 것입니다. 아직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전이라서 설마 했습니다.
매점매석하기 위해 사재기하거나, 비싸지면 팔기 위해 안 파는 행위는 안 됩니다. 매점매석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6월 25일부터 합동점검반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네요. 정부는 천일염 업체들의 조기 출하를 유도하는 한편 매점매석이나 수입산 섞어 팔기 등을 점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저도 이번에 생협에서 천일염을 3kg이라도 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불안한 심리적 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일본이 지금이라도 원전 오염수 처리 방안을 바꾸기를 바라는데, 바꿀 확률은 백만분의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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