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스크린) 미디어를 많이 이용할수록 사이버 공간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위험에 직면할 확률도 높아지고, 움직임 부족으로 과체중과 비만, 시력 저하 등 문제점이 많지만, 오늘은 뇌와 관련 내용만 다루겠습니다.
인간의 뇌는 1.4kg이고,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의 다른 신경세포와 복잡한 시넵스를 형성하며 얽혀 있습니다. 하나의 세포 안에도 수천 개의 가시가 뻗쳐 있고, 이 가시 하나하나에서 우리도 모르게 복잡한 계산이 벌어집니다. 신경세포들이 주변의 신경세포들과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정보를 처리하고, 이 정보들은 다시 더 먼 곳에 있는 신경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해서 복잡한 정보처리를 수행합니다.

전두엽의 시냅스(두 신경 세포 사이나 신경 세포와 분비 세포, 근육 세포 사이에서 전기적 신경 충격을 전달하는 부위)는 출생 전에 급격히 증가해서 출생과 동시에 성인만큼이나 많은 1,000억 개 가까운 뇌 신경세포(뉴런)를 갖고, 이후 계속 증가합니다. 두 살배기(24개월)에는 성인의 두 배에 달하고, 그 후 몇 년 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서 시냅스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양이 제거된다고 해요. 결국 뇌는 다시 성인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겁니다.
성인 수준으로 되돌아온 아이의 뇌가 어른들 뇌와 다른 점은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연결 정도입니다.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연결망인 시냅스는 아기들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천문학적으로 늘어납니다. 걷고 움직이고 손 사용 능력이 향상되는 이 시기부터 주위 자극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여서, 독일 뇌과학자는 두 살배기를 ‘인간 스펀지’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때 하루 종일 온몸을 움직이고, 다섯 가지 감각을 자극해서 적극적으로 놀게 하는 것이 뇌 발달에 최고로 좋다고 합니다.

참고로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를 쓴 독일 최고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가 쓴 '우유보다 뇌과학'이란 책의 목차입니다. 제1장 아기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 아기가 태어나다 _ 첫 3개월 세상을 발견하다 _ 4~6개월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 _ 7~9개월 생애 첫걸음, 생애 첫마디 _ 10~12개월 미키 마우스와 칸트 _ 발달을 촉진하는 법 제2장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인간 스펀지 _ 두 살배기 생물학적 준비 _ 걷기의 전 단계 세계를 선물하다 _ 놀이와 학습 사이 맘마, 맘마 _ 생애 첫마디 어린 탐험가의 뇌 _ 언어 능력의 폭발 |

뇌 발달이 중요한 이때, 강한 시각적 자극만 지속해 받으면 집중력·논리력과 관련 있는 전두엽은 덜 발달하고,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뇌 부위만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청소년은 말할 것도 없고 유아·어린이까지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접하는 위험군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부모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는지 의문입니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자녀들이 14세가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걸로도 유명합니다. 14세가 넘어서도 저녁 식사 시간부터 잠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못 쓰게 했다죠. 스티브 잡스도 “우리 아이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전에 밝힌 바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들이 자녀 양육법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연구로 아이의 뇌 발달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2007년 미국에서 매일 책을 읽어준 아이와 날마다 어린이 방송이나 DVD를 시청한 아이들을 비교했더니 영상을 날마다 시청한 아이들은 언어 발달에서 책을 읽어준 아이보다 두 배나 늦어졌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요즘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부족한 어린이나 청소년이 늘고 있습니다. 다른 영향도 있겠지만, 매일 스크린 미디어에 노출된 게 크게 작용합니다. 문해력도 저하되니, 대처 방안으로 알려야 할 내용도 카드 뉴스처럼 최대한 글을 줄여서 알리게 됩니다.


예전에는 젖을 먹는 시기의 아이가 울면 공갈 젖꼭지를 물려서 달랬습니다. 공갈 젖꼭지를 미국에서는 ‘pacifier’라고 합니다. pacifier는 ‘평화롭게 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공갈 젖꼭지를 물리면 유아들은 울음을 뚝 그쳐서 붙여진 이름이겠지요.

요즘에는 공갈 젖꼭지 대신, 디지털 기기입니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미디어를 보는 아이의 시선은 한눈을 팔지 않습니다. 모임이나 식당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달래기 힘들고 귀찮아서, 가장 쉽게 아이를 달랠 수 있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맡깁니다.

자극적이고 흥미롭고 시각을 자극하는 영상을 보면서 계속 울거나 보채는 아이는 보기 힘듭니다.
아이는 울고 떼쓰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터득합니다. 부모는 점점 통제가 어려워집니다.
만 3~5세 유치원생 절반 이상이 만 두 살이 되기 전에 디지털 기기를 처음 접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만 한 살이 되기 전에 스마트폰을 접했다는 유치원생도 8명당 1명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한 시대에 태어나는 이들을 ‘알파 세대’라고 부릅니다. 유치원 가기 전부터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고, AI 스피커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영상에 맞춰 노래와 춤도 따라 하는 ‘랜선(lan 線) 유치원’에 먼저 친숙해지는 세대이지요. '알파 세대'는 2010~2025년생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들은 사람보다 기계와의 소통이 더 쉽고, 글보다 영상에 익숙해서 디지털 기기에서 습득하는 정보량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염려되는 부분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어린이 학습 광고를 보면 디지털 기기로 하는 공부법 광고가 많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관련 시장이 더 넓어졌습니다.
공부가 끝나도 계속 다른 것을 할까 봐 염려하는 부분을 해결한 것처럼 '인지 부조화'를 없애려는 광고도 합니다.
새로운 상품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상반되는 장단점이 공존합니다. 광고에서는 좋은 점을 최대한 부각하고 단점은 감춥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최대한 단점을 찾아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고 수많은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자녀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TV나 스마트폰이 전달하는 시각 정보를 시청하는 것은 수동적 경험에 불과하지만, 오감을 모두 사용하면서 노는 것은 예술과 문화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어떤 게 사랑하는 자녀를 위하는 걸까요?

여러분은 자녀에게 어떤 뇌 스토리를 심어 주고 가꾸기를 바라나요?
자녀의 언어 발달을 위해 적극적으로 돕고 싶나요?
신경세포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만들어지고, 운동할수록 더욱 많이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창의적 발상을 주로 자전거 위에서 했답니다. 자전거 타기나 산책과 같은 격렬하지 않은 운동도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가벼운 운동뿐만 아니라 충분한 수면, 독서, 여행,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지적인 대화가 신경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디지털 기기를 갖고 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천하기가 힘듭니다.
대만에서는 부모가 2세 이하 자녀에게 전자기기를 갖고 놀게 두는 것을 금지하고, 18세 이하 청소년의 스크린 미디어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2015년 통과시켰다고 해요. 대만 정부는 아시아 인구의 7.1%가 인터넷 중독에 걸린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조처를 했답니다. 대만 부모들은 2살 이하 자녀에게 스마트폰, 태블릿, TV와 같은 전자 스크린 미디어를 가지고 놀게 할 경우 1,600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처럼 법 규제화가 합리적일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은 유아나 어린이가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접하지 않도록 부모들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지 말고, 뇌 발달을 향상하면서 동시에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운동이나 여행 등 함께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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