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가는 봄을 잡다.

나와봄 2023. 4.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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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꽃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는 참꽃입니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라고 하듯이요.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었기에 거짓이 아닌, '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죠.
나무하러 산에 갔다가 진달래꽃을 따서 먹기도 했다고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저도 따 먹은 적이 있고요. 맛은 아무 맛도 안 납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운동을 못 갔고, 오늘은 우산을 쓰고 다녀왔습니다.
산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더군요.
산을 내려올 때 진달래꽃이 떨어져 있는 걸 하나 주었습니다. 말짱해 보인 것 하나를요.
화전해 먹어야겠다고 즉흥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한송이만으로 화전을 빚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대롱대롱 곧 떨어질 것 같은 꽃을 두 송이 더 떼 왔어요.
 

그렇게 가져온 참꽃 세송이입니다.

며칠 전에 진달래화전 내용을 올렸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1. 먼저 가위로 밑동을 잘라 꽃술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2. 키친타월 위에 꽃을 두고, 반죽을 준비합니다.
 

 
 
3. 냉장고에 찹쌀가루는 없고 쌀가루가 있어서 그걸 볼에 넣고,
    쑥가루가 있어서 그것도 넣고,
    오트밀이 보여서 그것도 넣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마음대로 요리법입니다.^^;)
4. 원래 소금 간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넣지 않았습니다.)
5.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합니다. 뜨거우므로 처음에는 젓가락으로 휘리릭 섞어줍니다.
    물의 양은 조금씩 넣으면서 조절하세요. 질지 않게 하시면 됩니다.
    (만약, 밀가루 반죽이라면 찬물로도 잘 엉기므로 익반죽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반죽하면서 오트밀을 왜 넣었나... 후회했는데, 괜찮았습니다.

 
6. 알맞은 크기로 동글동글 빚습니다.
7. 납작하게 모양을 만들어요. (달구어진 팬에서 지지면서 숟가락을 이용해서 해도 됩니다.)

 

8. 한쪽 면이 얼추 익었다고 생각되면 뒤집어 줍니다. 
9. 그 위에 꽃을 올립니다.
    (처음에 꽃 모양을 잡아주면 서서히 반죽에 붙어요.)
    (꽃이 안 익어도 되므로 저대로 그냥 먹어도 됩니다.)

10. 그릇에 내어 꿀을 찍어 먹거나, 꿀을 화전 위에 뿌려 먹습니다.
      (저는 오늘, 아무것도 섞지 않고 그냥 먹었어요.)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입 먹으면서, '맛도 없네...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쑥 내음이 남더군요. 은근히 먹을만했어요.
오트밀도 겉돌지 않았고요.
결국 저 혼자 다 먹었습니다. 이게 점심밥을 대신했네요.
식구들보다 저만 좋아하는 맛이었습니다. 담백하고 향긋한 쑥 내음.


주의 : 화전은 하얀 반죽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고 쑥가루를 넣은 쑥전을 해 먹어야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며칠 전에 올린 화전을 링크합니다.
 
https://i-soso-u.tistory.com/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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