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하고 제철인 갑오징어 볶음, 치즈 떡볶이와 만나다
시골 큰언니네 막내 아들, 귀농(어촌으로 돌아갔으니 귀어인가?)한 조카, 어느덧 자리를 잡은듯 해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때때로 감자를 보내거나 쭈꾸미, 낙지, 꽃게 등 맛난 먹을거리를 보내줍니다.
이번에도 바지락과 갑오징어를 보내왔어요.
갑오징어, 제가 사는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데, 제가 수산물 코너를 안 봐서일 수도 있어요.
오해는 금물!
어쨌든
이 귀한 걸 보내주다니 감동~
정말 컸어요. 엄청난 크기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기념 사진 한 장 남겼어요.
소금 넣고 깨끗하게 씻어서 안에 심(어렸을 때 이걸로 배도 만들어 띄우고, 땅바닥이나 바위, 돌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어요)을 제거하고 내장을 분리,
겉 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겨냅니다.
무얼 만들까... 어떤 요리를 할까?
빼빼한 이는 수산물을 안 먹으니까 마음놓고 매운 볶음으로 준비.
갑오징어 볶음 재료 공개합니다.
- 손질한 갑오징어 한 마리
- 치즈떡볶이 떡
- 대파, 마늘, 청양고추 적당량
- 양념장 : 간장, 굴소스, 설탕, 후추, 참기름, 깨
먼저 청양고추를 어슷썰기 해서 준비하고, 마늘은 얇게 편으로 썹니다.
원래 이렇게 시작해야 하는데, 저는 순서가 바뀌었어요.
생각 없이 손질한 갑오징어부터 도마에 놓고 굵직하게 썰었습니다.
아차! 이제야 순서가 바뀌었음을 감지, 그래도 괜찮습니다.
깨끗한 도마 양쪽에서 마늘을 어슷썰고, 다른 한쪽에서 청양고추를 썰었습니다.
내장을 따로 끓는 물에 넣고 푹 삶아서 먹었어요.
요즘에는 먹물도 안 버리기에 같이 삶아서 먹었는데, 갑자기 딸이 저를 보고 한바탕 웃습니다. 얼른 거울 보라고 해서 확인하니 입 주변 검은 칠이... 웃겼습니다. 더 웃긴 건 입을 벌려 이 사이사이 까만 흔적들, 아이의 웃음을 위해서는 제 한 몸 희생할 수 있습니다. 얼른 아이 앞으로 가서 씩 웃어주었습니다. 아이는 깔깔깔 한바탕 웃습니다.
신기한 게 먹물이라는 녀석이 너무나 쉽게 씻겨진다는 것입니다. 물을 묻힌 손가락으로 입술에 묻은 먹물을 닦으니 쉽게 지워지더군요. 양치하고 확인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마늘은 다지면 좋은데 귀찮아서 편으로 썰었어요.
깔끔하게 한다고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어요.
달구어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썬 청양고추와 마늘을 볶습니다.
여기에 준비한 갑오질어를 넣습니다.
한쪽에 미처 넣지 않은 마늘이 보입니다.
가리려고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어짜피 익을 거니까 괜찮아'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넣는 중입니다.
도마를 어슷하게 기울이니 갑오징어 썰 때 나온 진한 색의 물이 아래로 먼저 흐르더군요. 보기 민망해서 도마색으로 칠해서 없앴는데, 자세히 보면 표가 납니다. 후리릭 대충 봐주세요. ㅎ
어느정도 익을 때 치즈 떡볶이용 떡을 넣습니다.
말랑말랑 치즈 떡볶이 떡은 그냥 먹어도 되니까, 갑오징어가 얼추 익었다고 생각될 때 넣어줘요.
달달 볶아주면서
간장은 사진에 보이는 숟가락 기준으로 4분의 3 정도 넣었고요. 굴 소스는 아주 조금, 향만 날 정도로 넣었어요.
그리고 설탕 1작은 술 정도 넣고, 살짝 볶은 후 불 끄고
후추 뿌리고 참기름 넣고, 통깨를 뿌려줍니다.
후추는 뜨거운 열에 넣지 말고, 조리를 다 한 후에 가급적 마지막에 넣어주세요.
딸이 후추는 무슨 성분때문에 가열할 때 넣으면 몸에 안 좋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이눔의 기억력...
대파는 처음 구입할 때 다듬어서 굵직하게 어슷썰기 한 후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사용합니다.
냉동용 파는 요리할 때마다 얼었던 게 녹으면서 흐물흐물해져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냉장실에 보관하다가 물러져서 못 먹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다시 이렇게 하고 있어요.
언제 또 마음이 바뀌어서 깨끗하게 씻어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사용할지도 몰라요.
아직도 까만 후추만 있어요. 당분간 계속 까만 후추만 사용할 것 같아요. 통깨 부리는 사진에 까뭇까뭇한 게 후추입니다.
짜잔~
완성되었습니다. 그릇에 담긴 갑오징어요리, 많아보이지 않지요?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팬에 아직 남아있어요.
남길까봐 일부만 그릇에 담았던 건데
결국 한끼 반찬으로 둘이서 팬에 있는 것까지 다 먹었어요.
매운 걸 못 먹거나 싫어하면 청양고추만 빼고 조리하면 부드럽고 맛있는 갑오징어 볶음 요리 완성입니다.
치즈 떡볶이용 떡이 어우러져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청양고추를 너무 많이 넣은 것 같아요. 사실은 2개나 넣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매웠습니다... 하나만 넣었으면 마치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맛있다고 좋아하면서 먹은 딸! 고마워.